건축의 결합부 (Connections)
대부분의 커다란 엔벨로우프에는 많은 결합부가 있으며, 이들을 '디테일'이라고 부릅니다. 디자인이 잘 되고 못되고는 벽과 바닥이 어떻게 연결되었는가, 천장과 벽은 서로 어떻게 접해 있는가, 개구부는 벽면에 어떻게 설치되어 있는가 등과 같은 '디테일'에 건축가들이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처리하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이스는 "디테일 가운데 하느님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하며 작은 결합부까지 그가 쏟은 배려와 애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건물에는 훌륭한 디테일이 있습니다. 숙련된 디자이너라면 그들이 평면도를 구상하며 고심하는 정도의 배려를 작은 창문 하나를 구상하는 데도 쏟습니다. 그들은 깨끗한(간결한) 결합부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디테일은 천진하다고 할 정도로 단순하게 처리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겉보기에 경제적인 것처럼 보이는 단순한 디테일이 천박한 결합부를 식으로 덮는 것보다 값이 더 비싼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설계실에서 근무하는 팀들이 흔히 쓰는 '제로 디테일'이란, 예를 들면 유리가 틀 없이 바로 콘크리트, 벽돌 또는 목재에 접합되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제로 디테일'은 내부의 벽이 옥외로 연장된 그런 경우에 순수한 평면적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가들은 벽의 처리는 물론이고 벽과 천장, 벽과 바닥이 접하는 부분의 몰딩 처리에 많은 배려를 했습니다. 현대의 건축가들과는 달라서 그들은 간결함은 너무 밋밋하다고 여기고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수직·수평 전환의 미묘한 뉘앙스를 즐겼던 것 같습니다. 몰딩을 장식적 형태로 사용하는 것이 당시의 스타일이었으며, 그들이 설계한 건물에는 풍부하고 세련된 일관성이 있었습니다. 옥내의 바닥과 벽이 접하는 곳의 몰딩 모양은 외벽과 땅이 접하는 기단부 몰딩의 축소판이었을 것입니다. 현대의 우아한 건물에서도 전체에 서서 디테일에 이르기까지의 일관성을 볼 수 있으며, 디테일은 건물의 형태와 조화를 잘 이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평면적 형태의 건물은 평면적 디테일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건물을 감상할 때 건물의 디테일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 결합부가 훌륭하게 처리된 것이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의식하고 보든 무의식중에 보든 결합부들은 아마 건물이 지면과 접하는 부분이거나 하늘에 접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하늘을 배경으로 한 실루엣을 잠깐 쳐다보는 것으로도 건물 전체 형태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개의 훌륭한 초고층 건물을 설계한 바 있는 스키드모어 오일 수 메를(SOM) 사무소의 천부적인 재능은 지면과의 결합부에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습니다. 5층 이상의 부분에서는 SOM이 설계한 건물도 다른 건물들과 다를 바 없지만 차이는 건물을 대지 상에 배치하는 방법에서 혁신적이고, 세련된 면모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지면과 접하는 결합부의 문제는 평탄한 대지에서도 힘듭니다. 혹시 부드러운 잔디밭에 기울어져 가라앉거나 또는 가라앉은 것처럼 보이는 그런 주택을 본 적이 있습니까? 또는 새 둥지처럼 덤불 속에 세워진 집을 본 적이 있습니까? 오늘 당장에라도 집에 돌아가는 길에 지면과 건물이 접하는 접합부를 주의 깊게 살펴봅시다. 신중하게 설계되었던 서도 기단부가 없는 건물은 가라앉아 보일 것입니다. 그래서 기단이나 작은 단이 많이 쓰입니다. 건물은 올라앉을 어떤 단이 필요합니다. 르코르뷔지에의 건물 중 많은 건물은 일부러 지면 위에 떠 있는 모양으로 설계되었습니다. 르코르뷔지에의 건물에서는 지면과 접하는 부분에 결합성이 부족합니다. 라이트는 대지와 건물의 격리에 대하여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어서 건물과 대지는 일체가 되어야 하며, 문자 그대로 건물은 물리적으로 지면에서 솟아 나오는 그런 것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르코르뷔지에나 라이트 모두 지면과의 아름다운 결합부를 훌륭하게 디자인한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결합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