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구성 (Composition)
그림이나 음악 또는 조각을 감상할 때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각 부분이 어떻게 잘 짜여 있는가를 보거나 듣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구성은 어느 정도 잘 짜여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건축가들은 공간과 형태와 빛을 이용하여 구성합니다. 건축가들은 기술적 지식과 몸에 밴 구성 능력을 구사하여 공간과 형태를 구성하고 그것이 낮의 변화하는 자연광선과 밤의 조명과 어우러져 예술적이고 기능적인 건물로 나타나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므로 건축가들은 예술적인 동시에 실용적이어야 합니다. 캔버스 위에 그림을 구성하는 것이나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하여 악보 위에 음표를 그리는 것, 완전한 조각을 이루기 위하여 돌을 쪼아내는 것 또는 원고를 모아서 하나의 재미있는 줄거리를 엮어 가는 것들은 그것만으로도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예술성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을 구성하여 훌륭한 건물로 구성해 가는 데 필요한 기능적 효율성이나 경제성을 성취한다는 것은 한층 더 힘든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힘든 일이기 때문에 좋지 않은 진부한 건물도 많이 있게 마련인데 그것은 기능적 효율성이나 경제성과 함께 있어야 할 구성 능력 및 창조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건물을 만드는 데는 우수한 구성 능력이 필요하며, 위대한 건축가들은 이러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라이트, 르 코르뷔지에, 미이스, 그리고 카안 등은 오랜 건축가 생활을 통하여 훌륭한 구성 능력을 발달시켰던 것입니다. 건축의 구성은 벽, 바닥, 천장, 지붕, 창, 문 등 각 부분을 한 장의 종이 위에 배열한다는 것 이상으로 단지 입면도를 그리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건축의 구성은 조용히 서서 감상하는 그런 회화의 정적인 구성과는 다릅니다. 보는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구성도 변화하며, 공간 사이 및 형태의 주위를 걸어 다니는 것에 따라 건물의 부분 부분도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느긋하게 산책할 때 건물의 효과는 출근길에 급히 건물들 사이로 다니면서 보는 효과와는 다른 것이며, 또 고속도로를 시속 5마일로 달릴 때 경험하는 도시 경관에서의 투시 효과와 입체감의 변화를 경험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구성할 때 건축가들은 자신의 의도를 실현하기 위하여 몇 가지 디자인 개념을 적용하며, 이들 개념이 건물의 기본적 성격을 규정하게 됩니다. 이들 개념은 각기 다른 경우와 목적에 따라 적용될 수 있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예를 들면 단순성과 복합성, 명료성과 모호성, 억제와 과장 등입니다. 건축가는 고층 건물의 높이를 강조하기 위하여 수직성이라는 개념을 적용하고, 고층 건물의 바닥 선을 강조하기 위해 수평성이라는 개념을 적용하여 경이로움과 시각적 즐거움을 주기 위하여 공간의 연결에 있어서 공간의 조화가 아닌 공간의 대비라는 개념을 적용하기도 하며, 또 창이나 기둥의 배열에 있어서 리듬이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도 있고 그 반대로 예측할 수 없는 효과를 노려서 불규칙성을 쓰기도 합니다.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건축가들은 많은 디자인 개념을 선택하여 쓰게 되는데 이들을 모두 열거하기는 많으므로 그중 몇 가지만 예로 들면 통일성과 변화성, 다양성과 단일성, 질서와 (의도적인) 무질서, 대칭과 비대칭 등입니다.
비대칭 시대의 도래
대칭의 건물과 비대칭의 건물은 어느 것이 더 좋을까? 이것은 아주 예전부터 건축가들 사이에서 논쟁이 되어온 문제입니다. 1930년대 건축과 학생이 만약 비대칭의 디자인을 제출했다면 그때의 교수는 아마 웹스터 사전에서 "대칭이란 균제가 이루어진 비율에서 비롯되는 형태의 아름다움이다"라는 말을 인용하여 그 학생을 낙제시켰을 것입니다.
그러나 1940년대에 와서 대칭은 터부시되었고, 당시의 교수들은 "대칭형 평면들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라고 말했으며, 지금에 와서도 일반적으로 그 말이 맞습니다. 대칭적인 형태의 균형을 이루려면 중심선의 오른쪽에 공간의 반을 놓고, 나머지 반을 왼쪽에 배치하는 약간은 무리한 조처를 해야 합니다. 전체의 기능을 자연스럽게 둘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닙니다. 1960년대에 와서 디자인의 기념비성이 다시 대두되었을 때, 대칭적 구성이 다시 나타났고, 많은 건축가가 대칭은 부자연스럽고 형태를 위한 형태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대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대중들은 역사적으로 이미 익숙해진 대칭적 구성을 좋아했던 것입니다. 스톤(Edward D. Stone)이나 야마사키(Minoru Yamasaki)와 같은 숙련된 건축가들은 이 대칭형의 부활에 잘 편승했으나 이제 대칭형은 인기가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다시 꽃피울 때가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어떤 일이든지 열심히 할수록 더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미국의 건축학과에서는 교과과정 상의 역점이 디자인에서 경영 측면으로 옮겨감으로써 결국 훌륭한 디자이너로서 졸업하는 학생 수가 격감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설계한 건물을 보면 구성의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여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규 과정이거나 독학이거나 더 많은 경험과 교육이 이 상황을 고쳐나가게 될 것입니다. 최근 건축학과의 교육을 보면 다시 디자인에 열을 쏟는 희망적인 징후가 점차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는 감상할 만한 좋은 건물들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