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색체(Color)
색채의 심리학에 대하여 잠시 생각해 봅시다. 붉은 벽은 전진하는 것처럼 보이며, 푸른 벽은 후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대부분의 건축가들은 학생 시절에 이러한 현상을 배워서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 번도 증명된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사람들은 각기 다르기 때문에 붉은 벽을 대하고도 자신의 과거 색채 경험과 색에 대한 감수성에 따라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색채는 그것을 지각하는 주체와 별도로 생각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미술가이고 교육자인 조세프 알버스(Josef Albers)는 50명의 학생들을 같은 거리에 내보내고 '코카콜라의 붉은색'과 같은 붉은색을 찾아 오게 했는데 무려 50종의 다른 답을 얻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흔히 있는 일로 학자들은 계속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실내의 온도를 변화시키지 않고 실내 색채를 가지고 안에 있는 사람이 따스하게 느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하여 학자들은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하여 이것을 증명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누군가가 '불타는 듯한 붉은 색'이라고 어떤 색을 표현하면 당신에게 그것은 더운 색으로 보일 수 있고, 어떤 색을 '즐거운 노랑색'이라 한다면 정말 즐겁게 보일 것이며, '서늘한 녹색'이라고 이름 붙이면 아마 그것도 믿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보고 확인하여 믿기보다는 믿고 난 후에 보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입니다. 암시하는 표현이 그렇게 믿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그런 식으로 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당신이 색을 어떻게 보느냐하는 것입니다. 자신과 자신의 색에 대한 심리적 경향을 알면 알수록 당신과 건물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건축을 감상한다는 것은 건물과 자신 사이의 화학작용에 관계한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십시오. 로스앤젤레스에는 광택이 있고 푸른 건물이 하나 있습니다. 상당히 논쟁을 일으켰던 건물이지만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는 '왜 푸른 집으로 설계가 되었나요?'라고 묻는 질문에 '붉은색이 더 좋게 보일까요?'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이 건물은 기능, 형태, 경제성, 시간이라는(색채를 제외한) 모든 평가기준에 따라 건축가들 사이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 건물이 푸른색이 아니고 빨강, 노랑 또는 핑크색으로 처리되었다고 해서 당신의 평가에 차이가 올까요? 이것은 상상에 지나지 않지만, 만일 이 건물이 백색으로 처리되었다면 이 건물을 싫어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건물에서 색채란 그만큼 중요한 것이며, 당신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입니다. 색채는 그것을 지각하는 주체인 당신으로부터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색채에 관한 미래의 충격에 대해서 충분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건축가들은 회색 위에 또 회색, '흰색 위에 또 흰색'이라는 배색에 싫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펜실베이니아주의 알렌타운에는 외부에는 적색과 청색, 내부에는 청색과 황금색으로 된 한 의학센터가 있습니다. 이들 색채는 당신에게는 무엇을 의미하는가?'느린 죽음' 또는 '빠른 쾌유'라고 생각하게 하는가? 건축가들은 색채가 매우 흥미로운 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건축주들은 작은 색견본을 가지고 큰 면적에 칠해질 색을 결정할 때마다 대부분이 속게 됩니다. 같은 색상과 밝기를 갖는 색도 밖에서 볼 때보다 실내에서는 훨씬 달라 보이는 것입니다. 또한 색은 직접 광선이냐 간접 광선이냐에 따라 달라 보이며, 이른 아침과 한낮에도 달라 보입니다. 크기에도 문제가 있어서 같은 색이라도 면적의 크고 작음에 따라 달라집니다. 어떤 면화품질시험소가 몇 개의 재배지로 구성된 하나의 지역을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해에 수확된 면화는 품질이 매우 낮았는데, 그때는 등급을 색깔의 흰 정도를 보고 결정하였습니다. 농부들은 왜 질이 낮게 나왔는지 물어왔습니다. 토양도, 종자도, 강우량도 그 전 해와 실질적으로 다른 것이 없었습니다. 누군가가 결국 그 의문점을 해결해야 했었는데, 면화 품질시험소의 북쪽 큰 창이 높은 판자 울타리에 면해 있었고 그 울타리가 그 해에는 붉게 칠해졌었습니다. 그래서 그 붉은 색이 시험소 안으로 반사되어 면화가 붉은 색을 띤 탓으로 덜 희게 보여 결국 낮은 품질로 판정을 받았던 것입니다. 물리적 효과에 대한 또 하나의 예가 있습니다. 미국 남서부의 한 도시에 있는 대회의장에는 밝은 오렌지색 융단을 깐 큰 식당이 있는데, 벽과 천장은 처음부터 모두 백색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렌지색 융단을 깔고 나서부터는 이들 백색이 이전과 같은 백색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천장의 영향이 커서 전등을 켜서 전등 빛이 바닥을 비추면 융단은 빛을 천장에 반사시켜 현저한 오렌지색으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한 통의 페인트가 크게 영향을 주어 물리적 환경을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1950년대에 학교를 설계하는 건축가들이 '교사의 벽돌색'을 밝고 생기 있는 색채로 바꾸어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 아동들은 주위의 환경에 좀 더 흥미를 갖기 시작하게 되었고 많은 교사들의 증언에 의하면 공부에 더욱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동들이 단조롭고 칙칙한 낡은 환경으로부터 훌륭하게 만들어진 새로운 건물로 옮긴 후 그 중 한 아동이 "이것이 우리가 사는 집이라면 좋겠는데"라고 말했습니다. 그 아이는 소원을 모두 이룰 수는 없었지만 낮에 자기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도 이 새로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습니다. 3학년생인 한 아동은 교실을 두고 그 때가 추운 겨울인데도 "이건 꼭 봄날과 같아"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즉 색채가 이런 일을 한 것입니다. 감정적 측면과 물리적 측면은 모두 색채에 대하여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고려하는 데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이 두 측면을 더 알면 알수록 건축을 체험하는 데 있어서 색채를 더 잘 감상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