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전통적 프로포션 (Proportion: 비례)
건물을 체험할 때 프로포션, 즉 부분과 부분 또는 부분과 전체의 비례 관계에 주목해 봅시다. 어느 것이 가장 만족스러운 프로포션이겠는가? 그리스 사람들은 그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그들이 만든 신전들은 '황금분할'에 관련된 일정한 법칙에 따라 설계되었습니다. 13세기에 피보나치(Fibonacci)가 그 법칙을 책으로 만들었는데, 그는 '황금분할' 또는 완벽한 프로포션이란 0.618034:1(약 5:8)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파르테논 신전은 박공 부분을 포함하여 이러한 비례의 장방형 안에 딱 들어맞습니다. 이집트의 기자(Giza) 피라미드도 마찬가지입니다. 16세기에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는 '신성비례'라는 기하학적 구성에 관한 책을 썼으며, 1948년 르 코르뷔지에도 수학적 비례에 대한 책을 썼습니다. 역사를 통해 볼 때 건축가들은 프로포션에 대한 황금법칙을 계속 추구해 왔으며, 지금도 찾고 있습니다.
현대 건축의 재료와 비례 변화
오늘에 와서 우리는 사물을 보는 방법이 달라졌을 뿐만 아니라 보는 물건 자체도 달라졌습니다.
최근의 PS 콘크리트나 포스트텐션 콘크리트(미리 공장에서 강철선에 장력을 넣어서 콘크리트를 치거나 현장에서 강철선에 장력을 주어 콘크리트를 치는 공법) 기술의 발달이나 철과 알루미늄 야금기술의 진보 등에 의해 전부터 계속 적용되어 오던 석조공법에서 비롯된 미학이 소용없게 되는 것입니다. 돌은 구조체로서 이제 사용하지 않게 되었는데 철근콘크리트나 철골이 훨씬 힘에 잘 견디기 때문이며, 그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철근콘크리트 기둥이 돌기둥과 같은 프로포션(폭:높이)을 갖고 있을 때 그것은 우습도록 둔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날씬한 강철제 기둥이 어떤 돌기둥보다 그 기능을 더 잘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콘크리트나 강철은 모두 돌보다 효율적이고 또한 값도 저렴합니다. 그러면 건물의 구조체로서는 어떤 프로포션이 가장 아름답게 보일 것인가? 어떤 수치로도 그것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없습니다. 프로포션은 일반적으로 올바른 것이어야겠지만 그것은 돌이나 콘크리트, 그리고 강철에 따라 각기 다릅니다. 고대 그리스의 립 반윙클(Rip van Winkle)이 오늘날의 광경을 본다면 중력에 저항하려는 듯한 강철이나 콘크리트 건물을 보고 당황했을 것입니다. 그가 갖고 있는 상식으로는 창이나 문을 위한 개구부는 두 개의 기둥 위에 걸치는 석조인방의 크기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10피트 (3미터) 짜리를 걸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으나 요즈음은 60피트(18미터) 정도의 것도 결코 놀랄 일은 아닙니다(4장에서 구조에 관한 내용을 참조 바랍니다). 따라서 보다 가늘게 기둥과 보로서 보다 넓은 공간에 걸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되면 솔리드(속이 꽉 찬 부분 - solid)와 보이드(속이 텅 빈 부분 - void)의 프로포션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오늘날의 기술은 건축가나 엔지니어들에게 새로운 형태나 훌륭한 공간을 구성하는 데 거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돌의 미학은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지만 그것은 돌의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입니다. 콘크리트 건물은 콘크리트 건물처럼 보여야 하며, 그것은 콘크리트 미학의 근본입니다. 강철로 된 건물도 강철 건물처럼 보일 필요가 있고 그것이 강철 건물의 미학적 근본입니다. 강철이 콘크리트처럼 보이거나 콘크리트가 돌처럼 보여서는 안 됩니다. 즉 프로포션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다른 재료의 특성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으면 그만큼 건축을 감상하는 능력이 더해집니다. 또한 특정 재료가 선택된 이유를 이해하면 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