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재료 (Materials)
외피는 어떤 종류의 재료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벽돌, 석재 어떤 종류의 재료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벽돌, 석재, 콘크리트, 목재, 유리, 철재, 플라스틱 등 얼마든지 나열할 수 있으며, 건축가들은 오히려 재료의 종류가 너무 많다고 불평을 해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입니다. 그러나 재료의 선택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습니다.
즉, 목재는 목재이어야 하고, 대용 판재 위에 목제 사진을 붙인 것은 결코 목재가 아니다. 벽돌은 벽돌이어야 하고, 벽돌처럼 보이는 벽지를 붙인 것은 결코 벽돌이 아니다. 석재는 석재이어야 하고, 석재처럼 보이는 스티커는 결코 석재라고 할 수 없다. 콘크리트는 콘크리트로써 아무리 비슷하게 만들었어도 결코 벽돌이나 석재가 될 수 없다.
어떤 재료라도 구조와 질감에 관계된 독자적인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벽지나 스티커, 사진 붙인 판재가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적절히 만 사용한다면 참으로 좋은 재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감추려 하지 않아야 합니다. 정직함과 적당한 내구성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건물에도 성실해야 하며, 진짜처럼 보이게 하려는 무대장치와는 다릅니다. 예를 들어 조지 워싱턴의 주택이었던 마운트 버넌(Mount Vernon)의 경우처럼 목조 건물이 석조 건물처럼 보이면 안 됩니다. 워싱턴도 이런 점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재질이나 색, 형태 등의 경우에 있어서 목재는 따스하다든가, 철재는 차갑다, 대리석은 너무 격식을 따른다, 거친 돌은 격식이 덜하다, 쪽 널 지붕은 아늑하다, 철판 지붕은 공공건물 지붕 같다 하는 일반적인 상식에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또 적색과 황색은 따스한 색이며, 청색이나 녹색이 차가운 색이라고 말하는 것은 반드시 옳지만은 않으며, 곡선적인 철재의 형태가 부드럽게 보인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각자가 독자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요즘은 건축가들과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르코르뷔지에, 미여서, 라이트, 그로피우스 등과 같은 근대 건축 운동의 거장들을 헐뜯는 일이 하나의 큰 즐거움처럼 되어 있는데, 이는 마치 모기가 코끼리를 물고 있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그들은 "소위 거장이란 사람들은 지나치게 결백하고, 그들이 설계한 건물들은 너무 차갑다"라고 말하지만, 과연 누가 올바른 결론을 내릴까요? 마이스의 지지자들은 그가 설계한 철재와 유리, 벽돌로 된 집을 결코 차갑게 느끼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생기가 넘쳐서 따스하다고 느낄 정도랍니다.
따스하다든가 차다든가 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애리조나주 투산에 있는 피겠다고 대학(Pima University)을 설계한 건축가들은 주위의 사막과 같은 색이나 질감을 건물에 나타내고자 하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갈과 모래의 크기 및 색의 심혈을 기울여 상세하게 지정하여 콘크리트가 사막의 질감이나 따스한 색상에 어울리도록 하였습니다. 그 결과는 만족스러워서 자연석과 같아 보이는 따스한 느낌의 콘크리트를 매우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기능상, 그리고 경제적인 이유로 차가운 느낌을 주는 철재 벽 판을 몇 군데 면한 복도에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교 2년 후 건축가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교시설에 대한 생각을 알아보기 위하여 앙케트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들은 콘크리트를 차갑게, 그리고 철재 벽 판을 따스하게 느끼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은 자동차에 대한 높은 가치를 인정한 탓인지 '디트로이트전 미의식'이 발달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건축가들은 이 특성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예를 들면 벽돌은 압축에 강하고 인장에 약합니다. 따라서 벽돌은 내력벽이나 기둥, 그리고 아치에는 적합하지만 전혀 쓸 수가 없습니다. 철근 콘크리트는 압축, 인장, 그리고 휨에는 강하지만 벽돌이 갖는 고유의 색이나 좋은 질감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벽돌과 콘크리트는 물을 흡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지붕에는 좋지 않고, 쪽 널로 된 싱글 지붕이 빗물을 막는 데는 뛰어나 오히려 좋은 지붕을 만들 수 있을 것이고, 벽도 마찬가지입니다.
건축가 중에는 싱글이 단정하지 못하고 촌스럽게 느껴져서 오히려 공업화된 느낌을 주는 재료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으며, 벽돌은 너무 고풍스럽고 값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30cm 두께의 벽은 1 제곱피트당 20개의 벽돌이 필요하고 벽돌 하나하나가, 비싼 임금을 받는 조적 공에 의하여 쌓이기 때문에 비용 문제가 야기되는 것입니다.
벽돌이나 콘크리트, 싱글은 모두 좋은 재료로서 적절하게만 사용된다면, 즉 재료의 특성에 맞게 사용된다면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어느 재료에나 적용되는 것입니다. 재료는 어느 것이나 서로 경쟁적으로 건축의 팔레트 위에 올려져 있는 격입니다. 그러나 그중에는 철저하게 한 가지 재료를 특히 많이 사용하는 건축가들도 있는데, 이것은 그 사람들의 미의식, 지리적 조건, 경제적 여건, 그리고 기능공의 확보 가능성 등의 여러 문제를 고려하여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